“여기 모인 농민들이 전국 팔도에 농업 벤처의 희망을 퍼뜨릴 겁니다.”지난 17일 오후 1시 충남 금산군 군북면 내부리 금산군농업기술센터는 전국에서 모인 350여 벤처농업인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이날 기술센터에는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전국에서 올라온 농산물로 차린 푸짐한 밥상이 준비됐다. 한국벤처농업대학의 ‘선후배가 함께하는 사랑+희망 한마음대회’의 마지막 순서인 ‘전국 팔도 만찬’이다. 식사 준비를 하던 한 참석자는 “벤처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식품으로 채워진 이 밥상에는 한국 벤처 농업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며 “벤처 농업인들의 꿈으로 만든 농산물을 나눠 먹고 농업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전국에 퍼 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식사는 희망과 도전, 성공을 말하는 선후배 벤처 농업인들의 열정으로 오래 이어졌다.
◆ 희망 나누러 금산 찾는 벤처 농업인들 = 충남 금산에 위치한 한국벤처농업대학은 벤처 농업인의 희망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중심이다. 특히 선배 벤처 농업인들이 후배를 위해 모든 행사를 후원하는 사랑이 금산에서 희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농업기술센터 현관 로비에는 제주도에서 생산된 한라봉과 경남 사천에서 온 다래와인, 충남 논산에서 만든 꿀물음료, 충남 천안에서 온 배즙, 금산에서 빚은 홍삼주 등 벤처 농업인들이 만든 전국 팔도의 농산물과 가공식품들이 한자리에 펼쳐져 흡사 농산물박람회장 같았다. 선배들이 노력과 땀으로 일군 결과물을 보면서 후배 농민들은 희망을 보는 듯했다.제주도에서 한라봉을 네 상자나 들고 올라온 양상종 알콩달콩농장 대표는 지난해에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졸업했지만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금산을 찾는다. 양 대표는 “남들은 장사가 안 돼 경작지를 축소하지만 품질을 높인 한라봉으로 한 해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노력해서 질 좋은 상품을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절대로 외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노력하면 노력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는 농업이야말로 비전이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인삼초콜릿을 개발한 1세대 벤처 농업인 이종태 본정초콜릿 대표는 선후배 벤처농업인 사이에 네트워크를 만드느라 아침부터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대표는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듯이 벤처 농업인들의 네트워크가 모이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벤처 농업에 대한 희망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고 말했다.◆ 전국으로 퍼지는 ‘희망 릴레이’= 이날 열린 한마음대회는 아침부터 내린 비로 질퍽질퍽한 진흙탕에서 체육행사를 치렀다. 연방 진흙탕에 넘어지며 이어달리기를 하는 예비 벤처 농업인들의 모습에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대전의 발전소에 근무하며 귀농을 꿈꾸던 강덕주(41)씨는 벤처농업대학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귀농할 마음을 갖고 귀농지역과 재배작물에 대해 알아보려 했던 강씨는 이곳에서 더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했다. 강씨는 “무슨 작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교육하는 게 아니라 농업이라는 물고기를 낚는 법을 배웠다”면서 “열정과 도전정신, 창의력으로 가득 찬 선배· 동료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줄다리기를 하다 온몸이 진흙 범벅이 된 전형관(44)씨는 이곳에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았다. 전남 고흥에서 석류농장을 운영하는 전씨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확신을 가졌다. 그는 “묵묵히 농사만 짓는 것을 뛰어넘어 시장의 흐름을 먼저 알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면서 “고흥에 석류꽃 축제를 만들어 석류농장으로 도시 사람들도 끌어들이고 석류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제주도에서 옛성모을생태장을 운영하는 정은실(여·48) 대표는 벤처농업대학에서 첫 수업을 들은 이후 공장 부지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진작부터 깻잎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확신을 얻었다. 정 대표는 “지난 몇 년간 농사에서 시련을 겪었는데 벤처농업대학에서 새로 시작할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다.체육행사를 마치고 함께한 식사 자리는 오후 늦도록 끝나지 않았다. 350여명의 농업인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농업 벤처의 희망을 나누며 토론을 거듭했다. 경남 진주에서 온 박병근(40)씨는 “조그만 희망들을 나눠 큰 꿈을 만들고 있다”며 “더 많은 농민들이 모여 더 많은 희망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산 = 한동철기자
hhandc@munhwa.com
2009-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