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로 여겨지는 기후변화를 적극적으로 사업에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최근 일본 경영 전문지 ‘닛케이 비즈니스’가 이 같은 역 발상으로 성공한 일본 기업들을 심층 보도했다. 이 기업들로부터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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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한국 역시 8월 초순까지 늦장마가 이어지고 곳곳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번 여름 집중호우로 3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으며 가옥 2200여 채가 침수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규모 6.5의 강진까지 발생해 110명이 다쳤다. 이 같은 상황은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각을 살짝 바꾸니 신 사업이 보인다

보통은 환경을 위해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을 줄이는 활동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본의 몇몇 기업들은 오히려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내고 있다.

무인양품, 여름 옷 같은 가을 옷 출시

아열대성 기후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무인양품(無印良品)’이라는 의류 유통업체다.

무인양품은 8월부터 가을용 긴 팔 카디건을 진열한다. ‘그게 뭐 특별한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재부터 가을과는 상관이 없다. 자세히 보면 여름 옷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마 소재 제품이다. 9월 이후에도 계속되는 찌는 듯한 더위 때문이다. ‘그냥 여름 옷을 팔면 되지 않는가?’ 싶겠지만 가을 신상품이 나오지 않으면 소비자는 여름 상품이 지루해져 매장을 찾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디자인은 가을처럼, 소재는 여름 소재를’이라는 발상이다.

집중 호우를 대비한 상품도 인기다. 최근의 일본의 장마 비는 예년과 달리 시간당 100mm이상 내리는 폭우가 잦다. 이래서는 우산만으로 엄청난 폭우를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무인양품이 내놓은 것이 집중호우 대비 3종 세트. 기후변화로의 적극적인 대처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무인양품의 2008년 매출은 1628억 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사히카세이홈즈, 침수 방지 신개념 주택으로 대히트

주택건설 전문 업체 ‘아사히카세히홈즈(旭化成ホームズ)’가 2007년에 선보인 주택이 요즘 선풍적인 인기다. 3층 높이에 가격은 4200만엔 정도의 이 주택이 인기를 끈 이유는 다름 아닌 침수 방지 기능 때문이다.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 집중호우 현상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08년 동경 지역 내에서만 170회 이상 발생했다. 한국과 달리 지진 때문에 저층 주택 보급이 일반화돼 있는 일본인들은 자연히 홍수에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를 파악해, 1최악의 불경기라고 일컬어 침수 방지 주택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아사히카세히홈즈는 견실한 성장을 했다. 2008년 매출은 전년대비 6.1% 증가한 4099억 엔을 기록했다.

후마키라, 해충 변화에 촉각 세워 신시장 개척

온난화로 최근 일본의 바퀴벌레가 거대화되고 있다고 한다. 바퀴의 대형화뿐 아니라 해충의 활동 기간도 여름뿐 아니라 봄, 가을로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한 기업이 있다. 바로 살충제 제조 및 판매 업체 ‘후마키라(フマキラー)’라는 기업이다. 후마키라는 최근 해충 활동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에 착안해 ‘초여름 살충제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로써 5월부터 살충제 판매 영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새로운 제품을 연구한 후마키라는 매년 꾸준히 성장해 2008년 212억엔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웨더 뉴스, 해운회사 위한 북극해 해빙 관측 서비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녹고 있는 일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 빙하가 녹고 있는 해빙 현상을 비즈니스의 기회로 삼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기상 정보 제공 업체인 ‘웨더뉴스(Weather News)’다.

웨더뉴스는 일찍부터 북극해의 해빙을 적극적으로 관측해 왔다. 그 이유는 북극해의 해빙이 새로운 항로 개척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상 관측에서 더 나아가 기후 변화에 따른 신 항로 정보 제공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척한 웨더뉴스. 이들의 업계 1위 지위는 당분간 변동이 없을 듯 보인다.   

‘이산화탄소 줄이기’보다 한 발 더 나아가라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어떻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할 수 있느냐였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해 지구 온난화 진행을 ‘완화’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 현상에 대한 참신한 접근도 필요하다. 주택침수 방지 주택 사업, 신종 살충제 사업, 신 항로 정보 제공 사업의 공통점은 모두 온난화 현상에 대해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은 결과다. ‘온난화 대책’이라고 하면 막연히 ‘이산화탄소 억제’만을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한발 벗어나면 당신의 회사도 새로운 사업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Global Standard 세계경영리포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