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한빛농원’에서 한재순(40), 이윤희(33·여) 부부가 공기정화식물 페페로미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8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에 있는 700평 규모의 유리온실. 주변은 수확을 마치고 텅 빈 논으로 둘러싸여 농한기임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었지만 ‘한빛농원’이라는 간판을 단 이 온실에서는 농장주인인 한재순(40)씨와 이윤희(33·여)씨 부부가 시장에 내놓을 모종을 살펴보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온실 안은 공기정화식물로 알려진 페페로미아로 가득했다.

한씨는 “요즘 모듬화분이 유행하면서 작은 모종을 원하는 고객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예전에는 키가 9㎝였던 상품이 전부였으나 최근에는 6㎝ 상품 시장이 생겨나 출하물량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페로미아만 생산하는 한빛농장은 올해 매출이 1억5000만원 정도로 예상되는 탄탄한 곳으로, 2008년 최초로 일본 수출에 성공하는 등 주위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시련도 많았다. 쌀로 유명한 강원 철원에서 남들처럼 벼농사를 짓던 한씨는 변화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2002년 허브농사에 뛰어들었다. 4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그는 2006년 초 한 달여 만에 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대박’에 다가서는 듯했지만 그해 3월 온실에 불이 나 모든 게 재로 변하면서 빈털터리가 됐다.

이들은 화재 이후 비용 군살빼기에 주력했다. 직접 배지를 만들고, 보광등을 달아 악천후 때 햇빛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해 봄 철원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전기·경유 겸용 보일러를 들여놓으면서 난방비를 30∼40% 줄인 것도 큰 힘이 됐다. 특히 화재 속에서 살아남은 모종이 변이를 일으킨 품종이 재기의 발판이 됐다. 잎이 아몬드를 닮아 ‘아몬드페페’라는 이름이 붙은 이 상품은 이 농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부부는 늘 배우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둘 다 한국벤처농업대학을 다니며 농업 마케팅 기법을 배웠다. 아내는 현재 경희사이버대에서 외식농수산경영학을 전공하며, 남편도 여건이 되면 내년에 입학할 계획이다.

이들은 내년에 온실을 비무장지대로 옮기고 래프팅, 땅굴, 비무장지대 등 철원의 관광자원을 결합해 체험관광농장으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택배도 시작하고, 기념일 답례품 시장도 개척할 생각이다. 대중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이용자를 겨냥해 라벨에 ‘QR코드’를 넣어 호기심을 유발, 농장을 알리는 일도 추진 중이다.

한씨는 “모든 비즈니스는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수업료’를 꼭 치르게 된다”며 “농업인도 늘 배우는 자세로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원=우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