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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한국벤처농업대학 운영 민승규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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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지기 |
날짜 |
2007.09.27 |
조회수 |
18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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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사는 이야기] 한국벤처농업대학 운영 민승규 박사
국민일보 2002.9.8
멀게는 일제시대부터 가깝게는 1980년대까지 수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으
로 내려갔다. 가서 스스로 농촌의 현실에 자기 몸을 담그고 농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교육하고 조직하고 또 데모를 했다. 농촌계몽운동,농민운동 등으
로 불린 그들의 ‘투신’에는 사회주의적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염원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농촌으로 내려가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를 농촌으
로 이끈 건 사회주의적 열정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과학이었다. 삼성경제연
구소의 민승규 박사(41). 그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이 되면 충남 금산으로 향
한다. 벌써 3년째다. 금산군 제원면의 한 폐교에는 그가 설립한 한국벤처농
업대학이 있다. 우리 사회에 ‘벤처농업’이라는 단어를 유포시킨 근원지이기
도 하다.
금산에서 민승규 박사를 만났다. 선풍기 두 대가 돌아가는 좁고 허름한 강
의실. 교단에서는 서울대 김한배 교수(농업경제학과)가 셔츠를 걷어부치
고 ‘농산물 수출확대전략’을 강의하는 중이었다. 민 박사는 그 교실에서 50
여명의 농민들과 함께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얼마전에 한 대학교 학생기자들이 저를 찾아와 왜 학생들이 농대를 기피
하는지 묻더군요. 저는 농촌에 돈이 없고 꿈이 없으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대답했습니다. 벤처기업에 왜 젊은이들이 몰립니까? 거기에 돈이 있고 꿈
이 있고 또 스타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농업계엔 스타가 없습니다. 우리
의 목표는 스타 농업인을 키우는 겁니다. 그래야 그가 보여주는 꿈과 성공
을 따라 젊은이들이 따라오게 됩니다”
‘한국 농업에 희망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민박사는 우회적으
로 대답했다. 그러나 ‘희망은 만드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그가 앉아있는 현
장과 함께 묵직하게 다가왔다.그는 일본 도쿄대에서 학위까지 받은 유학파
박사다.
“농업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농업이 미래산업으로 유망하다는 확신
을 갖게 됐습니다. 한 마디로 농업도 ‘섹시한’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건강이나 환경문제와 관련해 먹는 문제
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농민들은 그동안 정부를 상대로 떼쓰
고 데모나 할 줄 알았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벤처농업
은 ‘정부에 의존하지 말자’에서 출발합니다. 수입개방으로 우리 농업에 대
한 위기감이 높지만 저는 오히려 농업의 세계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계
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민승규 박사가 농민들과 직접 만나기 시작한 건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
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연구소에 입사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민박사는 경기도 인근 농촌마을에서 주말
마다 봉사활동을 펼쳤다. 단지 농촌을 알고 싶다는 이유에서 시작한 일이었
다. 처음엔 혼자 시작했으나 나중엔 연구소 동료들을 규합해 함께 사과 접
과도 하고 축사 분뇨도 치웠다. 그때 그가 만든 농촌봉사활동 모임의 이름
은 ‘상록수’였다.
그러다가 96년 회사에서 버리는 컴퓨터 15대를 들고 경기도 화성의 한 마
을에서 정보화 교육을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꼬박 3
년동안 인근 농민들에게 인터넷을 가르쳤다. 시작할 땐 자신도 그렇게 오
래 할 지 예상하지 못했다. 민박사는 “처음엔 컴퓨터 팔아먹으려고 애쓴다
며 곱지않게 보던 농민들이 교육을 받고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는 통에
그만 코가 꿰였다”고 말했다.
민박사는 그렇게 만난 농민들과 벤처농업포럼(www.vaf21.com)이라는 인
터넷 사이트를 운영해오다 지난 2000년 급기야 벤처농업대학을 설립하기
에 이른다.
지난 4월 1기생을 졸업시킨 벤처농대는 2기생을 받았다. 이 대학의 학생선
발 기준은 꽤나 깐깐하다.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일가를 이룬 사람이 아
니면 입학하기 어렵다. 재미있는 것은 전자메일 주소나 명함이 없는 사람
은 탈락한다는 것.
“컴퓨터를 모르거나 사업 마인드가 없으면 일단 벤처농업인의 자질이 없
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어차피 모든 농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수 없
는 만큼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농업인을 선발합니다. 중국
이 산업화 과정에서 채택한 ‘선부(先富)’와 같은 맥락으로 농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나타나면 나머지는 쉽게 따라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민박사
는 학교 운영이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에 기초해있음을 강조했
다.
수업료는 공짜가 아니다. 강의때마다 숙식비와 교재비로 7만원을 내야 한
다. 외부의 지원을 받지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다. 졸업심사는 사업계획서로
대신한다. 강의 주제는 경영,마케팅,전략,유통,위기관리 등이다.
2기 수강생은 모두 55명. 면면을 보면,버섯 인삼 알로에 등 특용작물 재배
자,단감 감귤 야콘 등 과수농장 주인,초콜릿 부각 된장 도라지 등 식품가공
업자,유기농 쌀 재배자,배술 등 전통주 제조업자,양봉업자,군청 공무원,주말
농장 주인,사이버 팜 운영자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지역 구성도 전국적이
라 제주도의 한 밀감농장 주인은 매달 비행기를 타고 와 강의를 듣는다.
40대가 대부분인 수강생들은 토요일 오후3시부터 일요일 오전11시까지 잠
자는 시간과 밥먹는 시간만 빼고 빽빽하게 진행되는 강의를 불평없이 소화
해 냈다. 토요일 강의는 밤12시까지 이어졌지만 조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
웠다. 강의가 끝나고 10분 쉬는 시간마저 학생들은 강사 주위로 몰려 질문
을 던졌고 밤12시 숙소에 들어서도 끼리끼리 모여앉아 토론을 벌였다.
민박사가 씨를 뿌린 벤처농업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벤처농업이란 말
을 만들었을때 농업이 무슨 벤처냐며 코웃음을 쳤던 농림부는 어느새 벤처
농업 담당자를 두고 예산을 책정하기 시작했다.
스타농업인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전남 광양 섬진강 주변에서 청매실농
원을 경영하는 홍쌍리 여사는 지난해 국내 농업분야 최고상으로 꼽히는 ‘대
산 농촌문화상’을 받았다. 홍 여사의 농장은 매년 40만명이 방문하는 국내
최고의 농장으로 매실 뿐만 아니라 농장 자체를 상품화시킨 경우다. 농업벤
처 중 유일하게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이노비즈(혁신기업)’ 인증을 받은 장
생도라지 사장 이영춘씨도 이곳 졸업생이다. 이 회사 이성호 회장은 올해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주는 ‘일가상(농업부문)’을 받았다. 이밖에도 인삼초콜
렛을 개발,미국 수출길을 튼 이종태씨,5℃ 이하의 저온에서 보관하는 이온
쌀을 생산해 연간 200억원의 고속득을 올리는 경남 김해의 나준순씨 등도
모두 1기 졸업생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젊은이들이 농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
다는 점이다. 2기로 입학한 김창환(25)·옥환(21) 형제는 벤처농대 개교 이
래 최초의 미혼 수강생이다. 두 형제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들과 나란
히 수강하고 있다. 철학과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상주대 식물자원학과에 재
입학해 농업을 공부하고 있는 창환씨는 “주먹구구식 농사를 벗어나 대를
이어갈 수 있는 농사를 짓고 싶다”며 “유기농·전자상거래·건강식품을 테마
로 부자농민의 꿈을 이루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농업에서 혁명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의미가 있는 건 작은 성공사례
를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5년후,10년후 우리 농업이 갈 길
을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강의가 끝난 시간,민박사가 이 말로 모임을 정리
했다.
나중에 죽어 우장춘 박사 묘소 밑에 묻히고 싶다는 민박사와의 만남은 그렇
게 끝났다. 그러나 1박2일의 짧은 시간동안 우리 농업의 희망을 본 것 같았
다.
금산=김남중기자 njkim@kmib.co.kr
각계각층 전문가 무보수 자원봉사 큰 힘
벤처농대가 설립되고 지금까지 오는데는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했다.
학교 살림을 맡고 있는 에이넷 권영미 사장(39·여)은 농촌진흥청에서 10여
년간 농업분야를 연구한 베테랑 연구원으로 민승규 박사의 ‘꾐’에 넘어가
벤처농업대학에 합류한 인물. 권사장은 농진청을 그만두고 사이버농장을
운영하는 벤처기업 에이넷을 세워 경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 민박사와 함
께 일해온 권사장은 “농민들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라고 민박사를 소개했
다.
삼성경제연구소 직원이었던 신경미씨(여·프리랜서)도 매달 내려와 강의 진
행과 학생들 관리를 돕는다. 그는 연구원 재직 시절 민 박사와 함께 농촌봉
사활동을 하면서 농업에 애착을 갖게됐고 연구원을 떠난 요즘도 틈틈이 자
원봉사를 하고 있다.
강의료는 물론 차비도 한 푼 안주지만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강의를 맡
아준 초청강사들도 많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서울올림픽 호돌이 디
자이너 김현 사장 등도 벤처농대 강단에 섰다. 그밖에 홍보·창업·마케팅 전
문가들,유명 인터넷 쇼핑몰 임원,농림부 고위공무원,대학교수 등 각계의 전
문가들이 기꺼이 강의에 나서줬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은 벤처농대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다. 우리나라 벤처업계 최고의 스타인 정 전 사장은 지난해 1기 졸업식에
초청을 받은 후 농민들의 모습을 보고 이 대학의 학장 자리를 맡았다. 그는
또 벤처농업 관련 학술연구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가수 노영심,유열,김조한,탤런트 최란·농구감독 이충희 부부 등 연예인들도
벤처농대가 개최하는 각종 문화행사에 무료로 출연하며 남몰래 후원해왔
다. 노영심씨는 4차례나 작은 음악회를 열어주었으며 최란·이충희 부부는
어느 행사장이건 빼놓지않고 얼굴을 내미는 단골손님이다.
민박사는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벤처
농대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금산=김남중기자 njkim@kmib.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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