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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조선일보>2001년7월24일 18면 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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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지기 |
날짜 |
2007.09.27 |
조회수 |
1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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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벤처' 쑥쑥 큰다
농산물 전면개방 앞두고 ‘기업형’ 성장
2004년 농산물 시장 전면 개방을 앞두고 ‘벤처형 농업 기업’이 한국 농
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 타결
후 외국산 농산물이 범람하고, 농가 부채가 가구당 1850만원에 달하
는 상황에서 농업 벤처만한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의 ㈜풍년농산 나준순 사장(49)은 지난 97년 11
월부터 2년간 새로운 쌀 개발에 몰두했다. 재래식 쌀은 맛과 냄새·저
장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이나 일본 쌀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
기 때문이다. 인제대 식품과학부와 산학협동 팀을 구성해 머리를 싸매
고 내놓은 결론은 ‘5℃ 이온쌀’.
1등급 벼를 섭씨 5℃의 냉동창고(사일로)에 10주 이상 보관했다가 일
반 물 대신 이온수를 이용해 가공한 제품이다. ‘5℃ 이온 쌀’은 지난해
시험 판매에서만 20억원어치가 팔리는 히트를 쳤다. 포장용 1㎏짜리
가격은 3100원으로, 일반쌀보다 700원 정도 비싸다. 그럼에도 전국의
10개 대형 할인점에서 인기리에 팔려나간다. 나 사장은 “‘5℃ 이온
쌀’은 햅쌀처럼 단맛이 나고 신선도가 훨씬 높은 게 일반 쌀과 차이
점”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의 ㈜본정은 수입제품이 국내 초콜릿 시장을 휩쓰는 데 착
안, 인삼과 초콜릿을 혼합한 ‘인삼 초콜릿’을 만들어 외국인들을 역공
략하고 있다. 소비자 시험을 거쳐 작년부터 시판 중인 인삼 초콜릿은
인삼의 쓴맛을 제거하여 외국인들이 먹기 좋게 만든 건강 영양식이
다. 개당 가격은 1200원으로, 외제보다 200~700원 정도 비싸다. 외국
인이 몰리는 인천 국제공항과 서울 인사동에서 많이 팔려나가고 있으
며, 농림부가 지난해 10월 주관한 전통식품 품평회에선 선물부문 대상
을 받았다. 이종태 사장은 “일본 이토추상사와 이탈리아·프랑스 업체
들도 구매를 타진해왔다”고 말했다.
벤처형 농업 기업들은 거의 예외없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일부는 인
터넷 전자 상거래도 하고 있다. 논밭에서 농작물을 경작하는 기존의
천수답형 농업과는 전혀 딴판이다. 농림부도 이달 초 100억원의 ‘농업
벤처 펀드’를 만들어 벤처형 농업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
다.
경남 진주의 ‘㈜장생 도라지’라는 회사는 지리산 부근에 서식하는 21
년짜리 토종 도라지를 활용해 만든 10여개 제품으로 재미를 보고 있
다. 이 회사의 장생도라지 분말·농축액·한방차 같은 제품은 6종류의 한
방 생약제를 가미한 건강식품. 이영춘 사장은 “국내외에 8종류의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며 “올해 미국·일본 회사와 10억원어치의 수출 계약
을 맺었다”고 밝혔다.
충남 논산의 ‘가야곡 왕주’라는 회사는 조선시대 어주를 프리미엄급
고급 양주로 탈바꿈시켰다. 이 술은 작년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당시 공식 만찬주로 선정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또 경남 통영 관
상조류공원은 일본·솔로몬 제도에서 직접 구입한 고급 관상용 새에다
털이 빠지지 않는 사육기술을 접목시켰다. 이런 새들을 개인에게 팔거
나 집단 관리해 작년에만 5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이 같은 벤처형 농업기업은 현재 전국적으로 40여개 정도에 그쳐 이
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성패 여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수석연구원은
『농업도 제조업처럼 생산성을 올리지 않으면 값싼 외국수입품에 밀
려날 것』이라며 “아직 낙관을 하기는 어려우나 벤처형 농업 기업이
성공하게 되면 한국 농업의 미래도 밝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송의달기자 edsong@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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