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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중앙일보>2001년 12월 21일 2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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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지기 |
날짜 |
2007.09.27 |
조회수 |
1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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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와이드] 금산 한국벤처농업대학 농민들
버섯돌이 3형제`로 불리는 최용인(52.경남 진주시).용주(46).용욱(40)씨 형
제는 이번주 토요일(22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매월 넷째주 토요일이 되면
충남 금산군 제원면 저곡리에 있는 벤처농업대학에 강의를 들으러 가기 위
해서다.
崔씨 형제와 마찬가지로 벤처농업대학을 찾는 사람들은 매달 60여명이나
된다. 이들 가운데 80%는 버섯.꿀.쌀 농사를 짓는 농민이고 나머지 20%는
농산물 가공업자다.
학생수가 줄어 지난해 9월 한때 문을 닫았다가 벤처농업대학으로 부활(지
난 5월)한 옛 금강초등학교에는 한달에 한번씩 농민 학생들로 북적인다. 전
라도와 경상도 출신이 각 30%, 나머지는 충청.경기.강원도에서 등교한다.
이들이 벤처농업대학에서 배우는 과목은 경영.마케팅 전략, 사업계획서 작
성법 등. 언뜻 생각하기에 농사와 상관이 별로 없어 보이는 과목들이다.
강사는 대학교수 등 마케팅과 경영전문가들이다.
지난달 24.25일 강의에는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38)박사, 벤처기업 티켓
링크의 한창민(38)이사, 서강대학 노부호(53)교수 등 3명이 나섰다.
신박사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성공비결을 농
산물 판매에 접목해 설명했다. 그는 미리 만든 커피는 절대 팔지 않는 스타
벅스의 마케팅 전략처럼 농산물도 항상 신선한 제품을 팔도록 노력해야 한
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업도 늘 그렇듯이 오후 3시에 시작해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끝났
다. 수업이 끝난 뒤 농민들은 인근 여관에서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영농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했다. 우리나라 농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을 놓고 난상토론도 벌였다.
벤처농업대학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감정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다. 여관방
을 배정할 때도 같은 지방 사람들은 분산시킨다.
도라지 분말.농축액.한방차.비누 등 16가지 도라지 가공식품을 만들어 연
간 5억5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장생도라지 대표 이영춘(43)씨는 가
장 적은 비용을 들여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벤처농업대학
이 유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열성적인 학생들의 학습태도와 초청강사의 열강이 조화를 이룬 덕분인지
효과도 곧바로 나타난다.
상황버섯 재배 농민인 崔씨 형제는 지난 7월 `버섯돌이 3형제`라는 캐릭터
를 만들고 상황버섯 색과 비슷한 노란색 유니폼까지 만들어 입었다. 이들
은 서울의 대도시 백화점에서 수시로 열리는 벤처농업제품 판촉행사에 나
가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崔씨 형제의 총매출액은 벤처
농업대학에 다니기 이전인 지난해 1억원에서 올해는 4억원으로 껑충 뛰었
다.
3형제 중 처음 농업에 뛰어든 용주씨는 평범하던 우리 형제들이 벤처농업
대학을 다니면서 주변 농민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게 됐다며 뉴라운드
가 닥쳐와도 우수한 제품과 마케팅 전략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감
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대학 동창생인 장생도라지 이영춘씨와 인삼초콜릿을 개발한 이종태(38)
씨, 5도 이하의 저온에서 보관하는 이온쌀을 생산해 연간 2백억원 이상 고
소득을 올리는 풍년농산의 나준순(48)씨는 이들 3개 회사 제품을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상품에 부착할 공동 브랜드는
`세컨드(Second)`. 품질이 항상 최고라고 하는 것보다 두번째라고 해야 소
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생각에 이같이 정했다.
이 학교는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閔勝奎.41)박사의 관심과 노력으로 탄생
했다.
농업경제학 박사인 閔박사는 95년부터 경기도 화성의 한 농촌에서 중고 컴
퓨터 30여대를 가지고 농민 정보화 교육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농민들에게 인터넷 교육을 하면서 농업에도 마케팅과 경영기법
이 도입돼야 한다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강연을 듣기 위해 농민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기 시작했
다.지난해 6월에 농민 2백50여명을 회원으로 하는 벤처농업포럼
(http://www.vaf21.com)도 구성했다.
閔교수와 농민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된
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올해 5월 대학을 개설했다. 명예학장은 농림부장
관을 지낸 김성훈(金成勳) 중앙대 교수가 맡았다.
농업대학은 1년 과정으로 운영된다. 매달 운영비는 농민 각자(매달 6만원)
가 부담한다.초청 강사들은 무보수 자원봉사 형식으로 강의한다. 벤처농업
대학과정(1년)을 마치려면 향후 자신이 펼쳐나갈 벤처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야 한다.
사업계획서는 閔박사 등 전문가들이 심사해 합격하면 졸업할 수 있다. 이
대학을 졸업하는 것은 창의적인 마케팅 능력을 갖춘 것을 인정받는 셈이
다. 사업계획서를 불합격 판정받는 농민은 유급조치된다.
이 대학에 정식 회원자격으로 입학하려면 내년 4월 학생 모집 때 등록하면
된다. 비회원은 수시로 한국벤처농업포럼(02-3785-1808)이나 홈페이지
(http://vaf21.com)를 통해 지원,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금산=김방현 기자, 그래픽=김경진기자 <kbhkk@joongang.co.kr>
*** 눈길끄는 농업벤처
농산물 전면 개방에 대비해 일찌감치 농업 벤처화에 눈을 돌린 사람들도 적
지 않다.
◇ 강릉 부연영농조합=토종꿀 판매를 특화했다. 영농조합은 경북 성주 출
신 김영철(지난해 사망)씨가 토종꿀의 적지를 찾아 전국을 누빈 끝에 84년
밀원(蜜源)이 풍부하고 오염되지 않은 부연마을에 정착한 것을 계기로 설립
됐다.
조합은 주변의 지인.도시의 농협지점.여론 주도층 등에 선물을 해 고정고객
을 확보한 뒤 TV.신문.잡지 등에 산골생활 등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도시인
들에게 홍보했다. 이 일대 15농가가 벌통 4천여개에서 연간 8억원의 매출
을 올린다. 033-661-4148.
◇ 청주 본정=인삼에 초콜릿을 혼합하고 인삼의 쓴맛과 향을 제거해 코콜
릿을 좋아하는 외국인은 물론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건강영양식 초
콜릿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을 비롯, 롯데백화점 등
20여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043-252-8653.
◇ 사이버 팜=논농사를 짓던 홍승욱(45.경기도 화성군 남영면)씨가 지역 농
민 4명과 함께 만든 인터넷 사이트다 (http://www.eCyberfarm.com). 이곳에
서는 누구나 농장 일부를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토지를 사는 것이
아니고 1년 단위로 임대 분양받는 방식이다.
회원 가입과 동시에 사이트에는 그 사람의 논이 등록되고 모내기부터 추수
때까지 농장에 관한 정보가 e-메일을 통해 동영상과 함께 매주 전달된다.
홍씨 등이 수확한 벼는 가족이 소비할 만큼 다달이 도정해 가정으로 배달된
다.
임대료는 논 1백50평에서 세가마(80㎏짜리)정도 수확하면 53만원(일반쌀
기준)이다. 02-3785-1334.
◇ 통영 관상조류농원=설재홍(40).이경덕(39)씨 부부가 운영
(http://www.birdtown.co.kr)하며 연간 3억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사
업은 척추장애인인 설씨가 마땅한 직업을 얻지 못하고 방황하다 말벗이 필
요해 십자매 한 쌍을 구입(1986년)하면서 시작됐다.
새장 바닥에 솔방울을 까는 방법으로 새를 사육한 결과 새털이 솔방울 사이
에 들어가 날리지 않게 돼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6천여마리(80종)의 관상 조류를 기르는 설씨 부부는 학교.동물학습장.음식
점 등에 새를 팔고 관리해 준다.
*** 벤처대 이끄는 민승규 박사 인터뷰
한국벤처농업대학 탄생의 산파역을 맡았던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41.사
진)박사는 지금까지 생산에만 급급했던 농업인들에게 디지털경제 시대에
걸맞은 경영과 마케팅 능력을 키워주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뒤떨어진 이유는 경영과 마케팅 개념
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
창의력과 벤처정신을 조화시켜 개성있는 농업비지니스를 창출하는 게 목
표라고 강조했다.
閔박사는 또 농업분야는 실정법이나 시장원리보다 정서에 의존하고 있어
도태되기 쉬운 여건에 놓여있다며 농업인의 의식도 시장중심의 농업환경
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토지.자본 등 물적요소를 확대하기 보다는 아이디어와 기술.창의력에
기초한 지식기반농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93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한국 농업과 농업
인에게 자부심을 안겨주겠다는 취지에서 벤처농업대학 옆에 농업 명예의
전당을 설립해 운영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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