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에 들며

임영봉

앞산 솔숲에 뒷산 솔숲에 청솔방울
더는 없이 햇살이 맑아서
끝없이 정다운 날에는 팔짱을 끼고
우리 모두는 솔숲에 드는 거다
말은 없이 솔숲에 드는 거다
五月에 송홧가루 어디로 날리는지
어떻게 눈 맞추는지
자세히는 살필 노릇이며
우리가 더욱 조용하게 귀 기울일 때
위험한 바람의 처소는 어디인가
솔잎 끝에 매달려 쉬고, 솔숲에서 잠잔다
여기쯤 저기쯤 잡풀 씨앗 들면
소나무 몸에몸에 바람 빠지는 소리
솔잎을 천지 사방에 털어
잡풀을 키우지 않는 힘을 보아라
얼싸안고 어우러지는 뿌리를 보아라
물도 깊어가야 사랑 되는 것을
솔숲에 들어 배운다
소나무 밑에는 아기 소나무 자라느니
솔숲에 들어 배운다